너에 대한 몇 가지 관찰.
키가 작다. 계단 하나 정도 올라가야 아주 고개를 숙이지 않고 네 눈을 볼 수 있다. 나란히 걸을 때면 언제 쯤 뿌리 염색을 해야할 지가 보인다. 운동화를 신으면 걷는 게 아장아장하게 되는데 참 내가 찻길을 보면서 웃는 건 다른 우스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언제쯤 이런 너를 쓰다듬어 볼 수 있을까.
배고프다. 같이 듣는 아침수업에 아침을 못 먹고 오는 지 배에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다 들리는데 모른 척 하느라 힘들다. 소리가 날 때 마다 나는 일부러 조금 시끄럽게 물을 마신다. 같이 아침 먹자고 해볼까. 과일 도시락이라도 싸가 볼까. 너는 맛있게 먹어줄까.
예쁘다. 이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좀 모르겠는데 말을 할 때면 나를 줄 곧 뚫어지게 봐준다. 먹으면서 들어줘도 되는데 당최 숟가락을 쥘 생각을 않는다. 배고프다 하지 않았나. 그렇게 쳐다보면 난 또 밥을 어찌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참 좋다. 난 턱을 괴고 또 네 얘기를 듣는다.
보고 싶다. 비 온다 꽃 폈다 금요일이다 그냥 하루종일 이런 시원찮은 이유들 중에 어떤 일로 연락을 하면 네가 반갑게 맞아줄 지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 별로여서 그냥 네 이름을 부른다. 다행히도 그 때 마다 너는 내 이름을 불러준다.
좋아한다. 은행잎 떨어지는 밤 술에 아주 취한 네가 나를 안았을 때 부터 노랗게 쌓이던 너는 이제 벚꽃잎이 되어 봄스럽게 나린다. 너는 그 긴 밤을 끊긴 필름에 적었지만 난 이렇게 메모에 남겼다. 이제는 내가 취하지 않았을 때 너를 안고 싶은데, 너는 또 어떨까 모르겠다.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