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전의 슬픈 사연 -다음생애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주라

너무 슬퍼서 읽고 울고 또 울었네요.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안녕. 너에게 건네는 인사가 이제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 이번 인사가 정말 마지막 일 수도 있어서 그런가 보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웃는 모습에 반했고 두번째 만났을 때는 따뜻한 온기에 반했고 그렇게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이미 너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더라.
나는 태생이 평범하지 못해 항상 평범한 삶을 원해 왔고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늙어가는 그런 인생을 꿈꿔왔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신은 나에게 너라는 기회를 주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 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일년을 보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나는 너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자신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아마 너는 영영 모를테지. 
나는 무굔데 너를 만나 신이 진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틀에 한번 꼴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졌던 그 날, 누군가를 그리 미워해 본적 없는 나는 신을 진심으로 미워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너무 잘 흘러간다 했던 내 인생에 희귀성 질환, 원인도 고칠 방법도 없는 병이 자리잡았고 그걸로서 내 삶은 평범해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너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너 없는 밤에 얼마나 많은, 그 쓰디쓴 글자들을 삼켜냈는지. 그렇게나 우는 너를 두고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못되게 구는 것 뿐이라는게 생살을 떼어내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것을 너는 지금도 모른다. 네가 보면 변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너는 그렇게나 아픈 눈을 하고 이유를 물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사실 수백번 고민했다. 그러나 말하고자하는 그 글자들에 가시가 돋아 내 목구멍을 아주 따갑게 만들었고 견뎌내야할 너를 생각하면 그 가시 돋은 말들을 다시 삼켜낼 수 밖에 없었다.
이왕 쓰는 김에 더 솔직해져 보자면 무서웠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 곁에 꼭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없는 그 새벽이, 내 코에 호스를 꼽고 몸에 주사 구멍을 3-4개씩 내는 그 순간보다 더 아팠다.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의 너는 곁에 새로운 사람도 있고 내년이면 유학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감이지만 나는 오늘 사망동의서를 쓰고 왔다. 긴 시간동안의 싸움 끝에 마지막 싸움을 해보려 한다. 매번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쓰는 동의서지만 이번만큼은 그 의미가 달랐다. 동의서 내용을 천천히 읽고 어쩌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네가 제일 생각이 났다. 아니 사실 작은 세포덩어리와 싸우는 기간 내내, 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너를 잊은 적이 하루도 없다. 
고맙다. 평범하지 않는 내게,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사랑뿐이라고 알려준 너를, 아마 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나는 비가 되고 눈이 되어 종종 너에게 찾아갈테니 너는 그저 행복만 해라. 이제 진짜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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